20231002~20231008
프로그램 4주 차다. 이번 주도 저번 주와 같이 TnG(터치 앤 고), P(잠시 정지)가 컨셉이다.
다음 주부터는 TnG로만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스트렝스에 집중할 수 있는 주간이다.
그러니 이번 주에는 최대한 근육 사이사이에 자극을 느껴야 된다.

20231002(월) 가슴, 등
오랜만에 본가 쪽 헬스장을 왔다.
그런데 이 헬스장의 랫풀다운 무게 단위가, kg이 아닌 파운드 lb라는 사실을 저번 학기에 처음 알았다.
그래서인지 랫풀할 때마다 앱에 기록된 공지 사항을 볼 때마다 수치심이 든다.
80kg 대로 랫풀을 드는 보디빌더들을 보며 '엥? 왜 나보다 못 들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머리를 후려치고 싶다.

20231003(화) 전면 하체, 어깨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벌써 기숙사에 적응이 되었는 지 본가 쪽 헬스장보다 기숙사 헬스장이 더 익숙했다.
거기에 오자마자 바로 스쿼트를 했더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홈 팀 기숙사에 스쿼트? = 극락)
미휘트니스 관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번 학기는 기숙사 헬스장이 더 좋다...

20231004(수) 삼두, 이두, 후면 하체, 축구
(장문 주의)
오늘은 운동보다는 헬스장 매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 기숙사 헬스장에는 관장님이나 알바생이 없다보니 무작위로 꽂힌 원판들이나 널부러져 있는 덤벨, 바벨들이 많이 있다. 나는 헬스장 기구가 이렇게 정리 안 된 모습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기구를 기다리는 시간에 원판 정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용하지 않았어도 원판이 기구에 꽂혀있으면 원판 정리대에 다시 꽂아 놓거나, 사람들 동선에 안 밟히게 덤벨을 정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운동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불편한 날이었다.
프로그램 순서상 데드를 맨 처음에 해야 하는 데 바벨을 이미 사용하시는 분이 계셔서 다른 운동부터 하기로 하였다. 클로즈 그립 벤치를 하기 위해 원판을 찾았는데 오늘따라 원판 정리대가 굉장히 휑해보였다. 그래서 원판들이 어디에 있나 살펴보았더니 원판들이 아래 사진처럼 흩어져 있었다.

원판이 원판 정리대가 아니라 스미스 머신, 인클라인 벤치, 디클라인 벤치, 플랫 벤치 등 각 기구들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물론 원판을 기구에 꽂아놓는 것 자체는 전혀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위 그림처럼 원판을 제각각으로 꽂아 놓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5kg, 누군가는 20kg 원판을 써야 하는데 그 원판을 쓰기 위해 다른 원판을 빼야 하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이다. 심지어 그 타이밍에 누군가 그 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 사람의 세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판을 주섬주섬 빼야 한다. 이 문제는 정말 매 학기 에타에서도 올라오는 것 같은데 전혀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다. (물론 나도 기숙사 헬스장은 이번 학기가 2번째긴 하다 😳).
아무튼 클로즈 그립 벤치를 마치고 다시 데드 리프트를 하려고 바벨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런데 아까 그 분이 계속 계셨다. 그래서 '아 바벨을 오래 쓰시나보다' 하고 다른 운동들을 먼저 하였다. 그 분이 운동을 다 하실 때까지 다른 운동들을 먼저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내 운동 루틴들을 하나씩 하나씩 끝내도 그 분은 일어나실 생각을 안 하셨다. 결국 데드리프트를 제외한 모든 운동을 다 하였는데도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참다 못한 나는 (소심하게) 5분을 더 기다리고 "저..혹시 세트 많이 남으셨나요?"라고 여쭤보았다. 에어팟을 끼고 계셨던 그 사람은 "뭐요?" 라고 여쭤보시며 에어팟을 빼셨다. 다시 한 번 세트 많이 남으셨냐고 여쭤보았더니 굉장히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뭐라고요?" 라고 또 되물었다. 나도 순간 빡쳐서 "세트 많이 남으셨나고요"라고 하니깐 "네" 이러고 다시 에어팟을 끼셨다. 그러고는 태평하게 운동을 이어갔다. 나는 그 사람 태도에 석이 나가서, 그 사람 운동을 쳐다보며 그냥 기다리기로 하였다. 결국 그 사람은 프리웨이트 용으로 하나밖에 없는 20kg 바벨로 오버그립 바벨로우, 언더그립 바벨로우만 40분을 하고서야 바벨을 내려 놓았다.
원판 정리부터 거슬렸던 나는 이러한 상황까지 맞닥뜨리고 나니 '헬스장에 대한 인식 차이가 다들 제각각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본가 쪽 헬스장는 늘 원판이 정리되어 있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별 신경을 안 썼었다. 심지어 내가 나온 부대 헬스장에서는 다들 자기가 쓴 원판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기구를 오래쓰면 후임들한테 기구를 쓸 거나고 물어보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 있었다(물론 후자는 사바사긴 했다.) 그래서 이런 당연한 것들이 기숙사 헬스장에서는 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20231005(목) x
어제 굉장히 번지르르하게 써놓고선 오늘은 운동을 못 갔다.
사실 어제 축구를 하였는데, 비가 그친 직후에 해서 그런지 굉장히 몸이 잘 안 따라주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일어났을 때 온몸이 쑤시고, 손가락 인대가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이건 보통 하루정도 간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운동을 안 갔다.
20231006(금) x
내가 인스타에서 유일하게 팔로우하고 있는 한국인 파워리프터가 있다.
바로 이상연 역도 선수인데, 정말 그 누구보다 데드 리프트, 스쿼트를 사랑하고 그만큼 즐기는 것 같아서 팔로우를 하였다.
그런데 최근 항저우 아시안 게임 때, 역도 67kg 종목에서 인상 137㎏, 용상 180㎏, 합계 317㎏를 들며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이 분 피지컬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164cm, 70kg 였다. 정말 나와 비슷한 피지컬에 비슷한 체형이라 너무 놀랐다.(물론 체지방과 근육량은 나와 정반대이다.)
mbti 극 n인 나는 갑자기 내가 이상연 선수처럼 파워리프터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데,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상상부터 시작하여, '내년 안에 데드리프트와 스쿼트의 1rm으로 200kg을 찍고 인천 시청 소속 선수로 들어가려면 몇 년을 더해야할까'라는 상상을 지나, 서른 살쯤에는 국가 대표로 선발되어 국제 대회에서 1~2차 시기는 실패하고 3차 시기에 극적으로 용상에 성공하는 그림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으며,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에는 내가 그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야 상상을 멈출 수 있었다. (글로는 이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30분정도 상상한 것 같다.)
그런데 더 소름인 점은 이 생각을 글로 써야겠단 생각을 하였지만, 몸이 피곤한 것을 핑계로 운동을 안 갔다는 점이다.
배 긁적이며 이런 뻘글 쓰는 나에게 현타가 온다.
20231007(토) 가슴, 등, 전면 하체
어제 굉장히 화끈한 상상을 하며, 나도 맛있는 운동을 하리라 다짐하며 헬스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제 못 한 프론트 스쿼트를 하다보니 갑자기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프론트 스쿼트 85kg 8개 3세트도 부들부들대면서 하는데, 무슨 염치로 국가 대표가 되겠다는 상상을 한 건 지...
그와중에 바를 전면 어깨 쪽에 걸치다보니 넥 슬라이스 당하는 기분이었다.
어제의 나는 죽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반성해야겠다.

이 날은 아시안 게임 축구 결승하는 날이라 사람들이 헬스장에 거의 없었다.
그래서 헬스할 때만큼은 사람이랑 마주치기 굉장히 싫어하는 나로써는 매우 좋았다.
그런데 내 운동이 끝날 무렵 러닝 머신을 타러 오신 분이 음악을 틀어 놓으셨다.
하필이면 약간 몽글몽글한 팝송을 틀어놓으셨는데 사람 없는 헬스장과 묘한 시간대의 분위기와 합쳐져서 왜인지 모를 연말 분위기가 느껴졌다.
덕분에 기분 좋게 크리스마스 감성을 느끼며 아시안 게임 경기를 보러 갈 수 있었다.

20231008(일) 후면 하체, 어깨, 축구
후면 하체를 조지고, 어깨 운동을 하던 무렵 한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아까 데드리프트할 때 쓰던 스트랩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오케이하며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을 자세히 보니 어제 벤치 프레스 130kg 3개를 들던 어마무시한 사람이었다.
별 생각없었는데 어제 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남자... 데드리프트 얼마나 들까?'
내가 스트랩을 빌려주었더니 180kg을 그냥 뽑아버렸다.
옆에서 7kg 덤벨로 사레레를 하고 있던 나는 놀라지 않은 척하며 '스트랩 언제 돌려주징'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운동을 다 마친 후에 스트랩 한 세트만 더 써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원래 같았으면 옆에서 구경하며 스트랩을 돌려 받고 갔겠지만, 오늘은 내가 너무 바쁘니까 다 쓰고 헬스장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감사하다며 220kg 바벨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 들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채 헬스장을 빠져 나왔다.

오늘은 4쿼터를 나 혼자 뛰었다.
너무 힘이 들었지만 확실히 실력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대1 상황에서 어떻게 각을 좁힐 지, 코너킥 때 어떻게 오더할지, 골 킥때 어떻게 빌드업할 지,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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